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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상반기 회고
일상
2025-07-10
눈 떠보니 2025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동계 계절학기로 대학영어를 들으며 정신없이 보내던 겨울 방학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에어컨 없이는 못사는 계절이 됐다.
드림학기제
우리 학교에는 정규 수업 과정 외에 별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점 인정을 받는 드림학기제라는 제도가 있다. 사실 이 제도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만 있었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이걸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드림학기제를 하게 된 계기는 시간을 거슬러 24년 11월로 올라간다. 해당 시즌에도 여전히 키오스쿨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키오스쿨 서비스는 축제 시즌에만 사용되기에 2학기에는 비수기였다. 그렇기에 내적동기가 고갈되었고, 팀적인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이를 타개하고자 키오스쿨 프로젝트로 ‘드림학기제’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고갈된 내적 동기와 책임감을 ‘학점’을 볼모 삼아 끌어올리려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신청함?
우선 지도 교수님을 구하고, 신청서 및 계획서를 작성하여 지도 교수님 사인 + 학부장 교수님 사인을 받아야 했다. 가장 급한 건 지도 교수님이었기에 컴공 교수님 2분께 지도 교수님 요청을 드렸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둘 다 거절당했다. 좌절하고 있던 찰나, 세준이형이 창업지원단에 계신 교수님을 추천해줘서 해당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분이 바로 안혜진 교수님이었다. 안혜진 교수님은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와야죠!’ 라는 말씀과 함께 지도 교수님 요청을 수락하셨고 그 뒤로는 수월하게 흘러갔다. 신청서 및 계획서를 작성한 뒤, 지도 교수님과 학부장 교수님 사인을 받아서 무사히 신청했다.
창업형을 얕보지 마라
드림학기제에는 지식탐구형, 창업형, 창작연계형, 사회문제해결형, 기타 와 같이 총 5개의 타입이 있다. 우리는 창업형이 학점을 많이 받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창업형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지도 교수님도 창업지원단에 계셔서 한 층 더 그럴듯한 명분이 생겼다. 우리는 면접에서 학점이 깎일 각오를 하고 12학점 창업형으로 신청했다. 면접은 생각보다 압박면접이었지만 다행히 12학점을 사수해낼 수 있었다.
이제는 꽃밭만 걸을 줄 알았는데… 교수님께 우리 키오스쿨 아이디어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 회의적인 의견을 비치셨다. 교수님의 가장 큰 우려스러운 점은 바로 시장의 크기와 그로인한 수익성 저하였다. 키오스쿨 서비스는 대학 축제 주점 전용으로 기획되었다 보니, 시장 자체가 비교적 작고 주요 고객이 대학생들이다 보니 수익성 높은 BM을 세우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그래서 주요 고객군을 더 넓히고, 설문 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아이디어 검증부터 다시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대학 축제 주점으로 기획해서 이미 MVP가 개발된 상황이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니…? 상당히 당황했지만 일단 우리의 학점을 부여하는건 지도 교수님이었기에 교수님이 시키신 건 정말 모두 다 했다. 고객 설문 조사 하러 노량진 컵밥 거리 가서 인터뷰 요청(대차게 거절 당했지만), 축제 주점 운영진 인터뷰(4곳), 아이디어 사업화 공모전 지원 등… 생각보다 어려운 것들 투성이었지만, 자칫하면 12학점이 통째로 날라갈 수 있었기에 정말 열심히 했다.
교수님은 우리가 키오스쿨로 실제 창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고 계셨고, 정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그러나 우린 키오스쿨로 창업할 생각이 있진 않았기에 두 입장 차이에서 오는 피로감이 쌓여만 갔다.
교수님, 사실…창업은 안하려고 합니다.
7주차 즈음이 되었을 때, “저희는 실제로 창업할 생각은 없고, 이번 드림학기제를 통해서 키오스쿨의 창업 아이디어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싶었다.“ 라고 교수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교수님도 이 부분에 있어서 어느정도 눈치채고 계셨던 것 같다. 우리는 혼날 각오를 하고 말했지만, 교수님은 정말 착하셨다. 교수님께서는 그럼 창업적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의 방향을 수정해보겠다고 하셨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고 교수님 등 뒤에 날개가 숨겨져있는건 아닌지 의심했다.
해피엔딩
그렇게 키오스쿨의 정체성은 기존 우리가 기획/개발한대로 정해졌다. 주점 운영진 측과 지속적인 인터뷰를 통해 기능들을 추가했고, 축제 시즌에 건국대학교를 비롯한 세종대학교, 경희대학교 축제 주점 총 25곳에서 키오스쿨을 사용했다. 그 결과 누적 사용자 수 5,500여명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교수님의 지도 하에 더 개선된 키오스쿨의 BM을 만들 수 있었고, 학기말에 성적도 A+을 받을 수 있었다. 항상 학생들을 생각해주신 안혜진 교수님 덕분에 학교 생활 하면서 가장 재밌고 편안한 학기였던 것 같다.

취업준비 맛보기
이제 4학년이다. 슬슬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3월에 네이버 신입 공채와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약 7곳에 지원을 했다. 그 중 기업은 4곳, 교육 및 동아리는 3곳이다. 사실 포트폴리오도 3월에 네이버 지원할때 처음 만들어보았다. 여태까지 기계적으로 프로젝트를 하기만 했지, 내가 실제로 이룬 성과들을 작성하려니 살짝 어려웠다. 그리고 포폴 내용을 작성하면서 뭔가 업적을 부풀리는 것만 같아서 작성한 내용들이 괜히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이룬 성과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성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이후에 학교 생활하면서 간간히 올라오는 공고들에 지원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Ai한테 검토도 받으면서 포폴도 다듬고, 개발하면서 지냈다.
현대자동차 소프티어 부트캠프
소프티어에 대해서는 23년도에 처음 들어봤다. 현대자동차의 부트캠프라길래 ‘오 그래도 꽤 좋겠다.’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5년 5월 소프티어 6기 모집 공고가 떴다. 그 당시 방학에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지원하고 봤다. 며칠 뒤 코테를 보라는 메일을 받았다.
1차 코딩테스트
니가타 알고리즘 스터디를 하면서 알고리즘을 풀어왔지만 최근들어 그 열정이 조금 식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코테를 볼 일이 생기니 다시 코테를 열심히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스터디 문제를 풀면서 준비했다. 문제는 총 5문제가 나왔는데 난 3문제를 풀었다. 사실 이 3문제도 모두 시간초과가 발생하게 풀었다. 사실상 0솔이었다… 그런데도 붙여준걸 보니, 그냥 아주 기본만 할 줄 알면 되는 것 같다.
2차 CS 지식테스트
후기를 찾아보니 이 지식테스트가 상당히 난이도 있다고 했다. 정처기 시험 공부를 하면 유리하다고 하는데, 난 정처기를 딸 생각이 없었고, 하필 기말 시험기간이랑 겹쳤기 때문에 별다른 공부는 안하고 그냥 봤다. 문제는 총 50문제였는데 확실히 난이도가 있었다. 논리회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 자료구조, 운영체제 등 CS 전반을 심도있게 물어보는 질문들이 많았다. 물론 쉬운 문제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학교 시험의 킬러문제 정도는 아니고 해당 내용을 “정확히”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수준이었다. 나는 시험을 응시하고 복기를 해보았을때 쉬운 문제들도 많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체감상 한 절반 언저리 맞추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번에도 붙었다. (뭐지??)
면접
면접은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이용해 이루어졌다. 면접 안내문에서 ‘자기소개 발표’를 진행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나는 유사 PT 처럼 4분짜리 자기소개 대본을 준비해서 달달 외웠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1분 자기소개해주세요’ 라고 하셔서 상당히 당황하며 시작했던 것 같다.(이메일로 문의 했을때도 분량 상관없다고 하셨는데…) 그 이후에는 내가 경험한 프로젝트 내용, 프론트엔드 라이브러리 관련 질문, 알고리즘 및 자료구조 질문, 마지막 쯤에는 JS에 대해서 물어보셨다. 솔직히 20분짜리 면접이고, 부트캠프니까 인성을 주로 물어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건 하나도 물어보지 않으셨고 100% 기술 면접이었다. 대답을 할 만한건 제대로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그 외의 것들은 횡설수설했던 것 같다ㅎㅎ…직무 면접은 처음이라 매우 떨렸는데 생각보다 할만했다고 느꼈다.
이게 되네?
결과 발표는 면접 그 다음주 월요일에 나왔는데, 불합격이었다. 정확히는 ‘예비 합격자 명단에 있습니다.’ 였지만, 내가 예비 몇번인지도 모르고, 예비 번호가 얼마나 돌지도 몰랐기에 그 당시 준비하고 있던 네이버 페이 인턴에 집중을 했다. 네이버 페이 인턴 면접 당일 날 오전에 전화가 와서 추가합격 됐다는 말을 들었다. 굉장히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어서 얼떨떨했다. 네이버 페이 면접 전에 입과 신청서를 정신없이 작성하여 제출하고 정신차리고 보니 월요일이 되었다.
소프티어 부트캠프

소프티어 6기는 직군 별로 대략 15명의 정원이었다. DE, FE, BE, 기획, 디자인 총 5개의 직군이었으니 총 정원은 75명이다. 소프티어 커리큘럼은 총 8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3주는 직무 교육(Vanilla JS로 웹 사이트 만들기), 그리고 나머지 5주는 종합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종합 프로젝트인데, 해당 프로젝트는 기획, 디자인, FE, BE 각 2명씩 구성이 되어 총 8명이 한 팀을 이룬다.
그러나 종합 프로젝트로 평가를 받는건 개발자들만이었다. 기획, 디자이너분들은 8월에 진행하는 개인 프로젝트로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즉, 개발자들이 직무교육을 받는 3주 동안 기획, 디자이너 분들은 열심히 프로젝트 기획, 디자인을 해주시고 우리는 나머지 5주 동안 실제 프로덕트로 만드는 프로세스였다.
그렇다고 초반 3주 동안 기획/디자인과 개발자가 아예 별개로 움직이진 않고, 개발자들은 기획, 디자이너분들이 진행한 결과물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3일 찍먹
부트캠프에 들어갔을 때, 프론트엔드에서는 태승이형을 만났고, 백엔드에서는 민혁이를 만났다. 그 둘을 여기서 보게 될 줄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굉장히 반가웠다. 소프티어에서 엄청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다들 잘하고 또 좋은 사람들 같았다. 팀원들과 더 으쌰으쌰해서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조금 아쉽긴 하다.
그리고 프론트엔드 반에서 나와 같은 인턴에 붙은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랑은 말을 나눠본 적이 없었고, 당일에 우리 둘이 빠진다는 소식때문에 부트캠프 전체가 어수선했기에 이야길 나누질 못했다.
3일 동안 부트캠프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이 세상은 의외로 좁고, 다양한 사람이 있으며 마음에 드는 직장을 다닌다는 것이 정말 큰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이버 페이 인턴
네이버 페이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솔직히 전혀 뽑히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냥 무지성으로 지원을 해보았다. 며칠 뒤 코딩테스트를 보라는 메일을 받았다. 코테는 알고리즘이 아닌 과제형이었다. 공부를 해볼까 싶었지만, 뭐가 나올지도 모르고 테스트 1~2일전에 뭐 본다고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경험을 쌓자는 생각으로 코테를 봤다.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상당히 재밌게 봤다. 그냥 알고리즘 보다는 3배 더 재밌는 것 같다. 참고로 IDE 제한도 없고 AI 사용 제한도 없었다.
문제 채점은 playwright로 미리 작성된 E2E 테스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래서 테스트 케이스에 맞춰서 코드를 잘 작성해야 한다.
나는 중간에 아주 큰 삽질을 해버리는 바람에 4시간 중 거의 40분~50분을 날렸다..ㅜㅜㅜ 문제를 꼼꼼히 잘 읽어보는 습관을 들이자.. 어찌저찌해서 막판에 테스트 케이스 통과율을 75%까지 끌어올렸다. 그렇게 후회없이 코테를 마무리했다.
솔직히 삽질만 아니었어도 더 이쁜 코드를 작성하고, 더 많은 테스트 케이스를 통과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쉽긴 하다. 근데 삽질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했기에 후회는 안했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기특하고 기분이 좋았다.
코테 결과는 화요일 아침에 나왔는데, 코테를 붙었다고 한다. 솔직히 맨 처음에는 버그인줄 알았다.(진심) 그냥 이전 서류전형 통과 메시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건줄 알았는데 아무리 다시 봐도 코딩테스트 전형 통과라고 적혀있었다. 이게되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결과 발표로부터 이틀 뒤에 면접 안내 메일이 왔다. 면접은 네이버 1784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메일을 보는순간부터 왠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프티어 면접은 별도의 공부는 안하고 그냥 평소에 아는거를 주섬주섬 이야기 했다면, 네이버페이는 그정도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선 코테 코드를 리팩토링 진행하고 면접 관련해서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았다.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네이버 페이 인턴 면접 준비
소프티어 면접은 인성을 위주로 물어볼거란 생각에 자기소개랑 마지막 멘트만 주구장창 외웠었다. 그러나 제대로 역관광을 당했고 평소 아는대로 대충 말하다 나왔다. 그러나 네이버 페이는 진심으로 준비하고자 했다. 우선 1. 과제 코드 분석 및 리팩토링 / 2. 기술 / 3. 인성 이렇게 3개의 트랙으로 준비했다.
네이버 페이 개발 블로그 글을 보다가 네이버 페이에서 만든 전역 상태 관리 라이브러리를 소개하는 글을 보게 됐다. 마침 공고 우대 사항에 ‘상태관리 라이브러리 기여 경험자’ 라는 사항이 있었다. 모든 퍼즐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해당 라이브러리에 대해서 공부를 한뒤 면접에서 말하면 어느 정도의 가산점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라이브러리를 설치해서 간단한 예제를 구현해보았다.
그러던 중 setter만 반환하는 훅인 useSetStore에서 불필요한 렌더링이 일어남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내가 잘못 사용중인건가 싶어서 공식 문서를 몇번이고 확인했지만,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거 문제점 파악해서 이슈 제기한 다음에 PR로 컨트리뷰트까지 하면 대박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중이던 면접 준비는 미뤄두고 해당 라이브러리를 미친듯이 분석하기 시작했다. 몇가지 장애물들이 나를 막아섰다.
우선 라이브러리의 코드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뭐가 뭔지 뱀처럼 꼬여있기도 하고 대충 보니 옵저버 패턴인 것 같은데, 자세한 구동원리를 파악하는데 오래 걸렸다. 그리고 코드를 고치고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npm link를 사용하면 된다길래 그렇게 했는데 도저히 안돼서,,, pnpm의 override기능을 통해 로컬에 있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도록 했다.
제미나이와 함께 라이브러리 구조를 이해해 나가며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았고, 이제는 이슈만 제기하면 됐다. 이때쯤 엄청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네이버 페이 사람들이 관리하는 레포지토리에 이슈를 제기한다니, 뭔가 미리 면접장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생각한게 틀린거면 어떡하지?, 사실 의도 되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됐다. 그러나 면접에서 가점을 얻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었기에 몸은 이미 이슈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렇게 ‘문제 - 원인 - 해결방안 - 재현’의 구조로 이슈를 제기했고, 리뷰를 기다렸다. 이후 이슈 작성일로부터 약 1주일 뒤에 답변을 해주셨고, 실제로 반영이 됐다.
네이버 페이 면접 당일
면접은 7/4 금요일 오후 2시 네이버 1784에서 봤다. 군대를 제대하고 네이버에서 근무해보자라는 다짐과 함께 재형이와 네이버 본사를 찾은게 엊그제 같은데, 그 뒤로 벌써 2년 반이나 흘렀다.
(좌는 23.01.31에 재형이와 네이버 가는 길에 찍은 신분당선, 오른쪽은 25.07.04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약 2년 반만에 다시 오는 정자역이었다. 기억 속을 더듬으며 네이버 본사로 향했다. 7월이어서 그런지 약 10분 정도 걸었는데, 도착하니 땀으로 샤워를 한 수준이었다…

면접 시간까지 약 30분을 남기고 도착하니, 소프티어 입과 안내 메일이 와 있었고, 부리나케 써서 제출했다. 인터뷰 룸으로 들어갈 시간이 다 되어 3층에 위치한 인터뷰 룸으로 입장했다. 인터뷰 룸은 뭔가 오묘한 느낌이었다. 약간 어렸을 때 인상깊게 본 인크레더블이 생각났다. 들어가면 데스크가 있고, 과자나 음료를 마시며 창밖을 볼 수 있는 대기 공간이 있었다. 대기 공간 뒤로는 여러개(한 8개?)의 인터뷰 룸이 넓은 복도를 기준으로 좌, 우 번갈아 가며 있었다. 굉장히 SF적인 느낌이 드는 인터뷰 룸이었다.
면접
내 차례가 되었고, 인터뷰 룸으로 향했다. 내가 들어간 방은 오른쪽 제일 구석진 방이었다. 나는 복도쪽에 문이 있는줄 알았는데 그 안쪽에 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좀 어두웠고, 면접관 3분이 앉아계셨다. 나는 일단 서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시고 앉으라고 하셨고, 가방을 의자에 놓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나는 가운데 면접분 맞은편에 앉았는데, 덩치가 좀 있으시고 검고 두꺼운 뿔테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계셨다. 왼쪽 분은 굉장히 잘생겼었다(만화에 나올 것 같 은 비쥬얼). 오른쪽 분도 마스크를 쓰고 계셨는데, 누가봐도 개발자처럼(?) 보이셨다.
그렇게 면접이 시작됐고, 치열한 탐색전이 이뤄졌다. 나는 준비해온 자기소개와 레퍼토리들을 이야기하며 잘 방어해 나갔다. 특히, 네이버 페이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상태관리 라이브러리인 바닐라 스토어에 이슈를 제기한 부분을 조금 흥미롭게 보신 것 같다.
무난한 초반을 넘기고 코테 과제 코드리뷰로 넘어가게 됐다. 코테 과제는 테스트 케이스를 통과시키는데 급급하게 AI로 작성한 코드였기에 사실상 코드의 퀄리티 및 주도권이 나에겐 없었다. 폭풍 질문이 들어왔고, 나는 ‘이건 제가 짠 부분이 아니라서..’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면접관분들도 할 말이 없어지자 가운데 계신 무서운 포스의 면접관님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코테에서 평가하고자 한 항목이 뭐라고 생각해요?’
나에겐 마치 ‘이건 AI가 짠거지 너가 짠게 아니잖아, 우리가 너의 어떤 역량을 평가해야 하지?’ 라고 들렸다. 나는 내가 생각한 평가기준들을 말했고, 내가 달성한 부분과 충족하지 못한 부분들도 부연설명(변명)을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된 압박이 들어왔다.
‘본인이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저는 왜? 라는 의구심을 갖고 더 깊이 파고들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려 합니다’
‘그것도 AI를 사용하는거죠?’
‘네..’
‘그럼 남들도 왜? 라는 의구심만 가지면 다 할 수 있는 거네요?’
‘(정말 맞는 말이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약 3초 뒤) 네..그런 것 같습니다…’
이 대화로 멘탈이 깨져서 이어진 답변들에 자신감을 갖고 대답할 수 없게 됐다.
깨진 멘탈을 붙잡을 틈도 주지 않고 바로 JS 문제 하나를 출제하셨다. 당시에 정말 멘탈이 바사삭이어서 문제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갔는데, 맨 오른쪽 면접관님이 틀린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유도를 해주셨다. 정말 고마웠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이었기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OTL
면접은 점점 마무리 단계로 향해갔고, 마지막은 웹 지식을 물어보는 타임이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아는 부분이 있었고, 또 아리쏭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냥 어찌저찌 대답하고 면접을 끝냈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 전에는 ‘와 내가 네이버 미팅룸에서 면접을 보다니’ 라는 설레임이 가득했다면, 면접을 보고 나서는 그저 빨리 이 장소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치만 면접 복기는 해야했기에 1층 로비 쇼파에서 재빠르게 면접 복기를 한 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면접에서의 질문들과 숨막힌 상황들이 나를 괴롭혔다. 이 부정적인 기운을 없애기 위해 집 앞 코노로 가서 열창하고 왔다. (네이버 대기실에서 받은 물..다 먹고 버렸다.)

이후 정말 며칠을 면접 상황이 생각나서 잠을 못잤다.
결과는?
당연히 떨어질 줄 알고 소프티어 부트캠프에서 열심히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마음을 먹은 다짐이 무색하게도 부캠 3일차에 네이버 페이 인턴에 붙어버렸다.

그 당시에 오전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합격 사실을 보자마자 정말 ‘이게 진짠가?’ 싶었다. 그 뒤로 수업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 사실을 어떻게 강사님께, 팀원들에게 전할지 걱정이 됐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팀이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고, 개발도 하고 있지 않았기에 엄청 큰 영향은 없었다. 점심시간을 빌려 팀원들과 강사님께 말했고, 퇴원 수속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슬랙, 피그마, 노션 정말 빛의 속도로 퇴출당했다.)
그렇게..현대 소프티어를 3일 찍먹하고 네이버 페이 인턴을 하게 됐다. 현재 심정은 ‘이게 진짠가?’ 싶기도 하고, 정규직 전환에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보자!!!
인턴십 전에
왜 붙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했다. 면접에서 나는 내가 생각한 기준에 한참 못미쳤다. 어느 부분에서 면접관분들이 나를 흥미롭게 보고 뽑으신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가지가 떠올랐다. 우선 ‘솔직함’이다. 나는 코테 코드 리뷰 부분에서 ‘이 부분은 AI가 짠 부분입니다.’, ‘Promise.all은 실제로 사용한 적이 거의 없어서 개념적으로 좀 부족했습니다.’ 와 같이 정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했다. 거짓말로 답변을 하게 되면 깊이 파고들었을 때 결국 들통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고 떨어질 바엔 정말 솔직하게 내가 잘 대답할 수 있는 부분만 골라내어 말했다.
그다음은 ‘기본기’이다. 물론 내가 지금 엄청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진 않다. 그러나 적어도 JS, React 및 웹브라우저 구동 방식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 사실 이 기본기는 네이버 페이 면접을 준비한 일주일동안 쌓았다. 그 이전에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 결과 면접에서 준비한 내용은 정확히 말할 수 있었다. (왜 useEffect 콜백 함수는 async로 선언하면 안되는지, CORS의 작동 방식과 판단 주체, Promise란 무엇인지, 검색창에 naver.com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등..)
사실 면접을 보고 나서는 망했다라는 생각뿐이었고, 위 내용들은 굳이 돌이켜 봤을때 생각나는 점들을 적은 것이다. 이런말 하기 싫지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2025년 상반기를 돌이켜보며
사람일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나도 항상 불안에 떨었으며, 막막함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에도 현재에 집중했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며 잡생각을 떨쳤다. 방학 전에 ‘이번 여름방학에 인턴 아니면 뭐라도 좀 하고 싶다.’ 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다. 그랬던 내가 실제로 인턴을 합격해서 입과를 앞두고 있다.
난 아직도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되고 걱정이 된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 그렇게 믿는다.
꿈을 크게 가져라, 부서져도 그 조각이 클테니.